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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거절에 익숙해지기로 결심하다.

by 씩씩한 세오 2020. 10. 27.

새벽 6시, 습관처럼 운동을 하러 체육관을 갔다.

지난 6월부터 주말을 제외한 매일 아침 근력운동을 하고 있다.

코로나가 심각해지면서 체육관에 다니는 것이 염려되었으나 아침 일찍 가면 사람이 거의 없어 거리두기를 지키며 운동을 할 수 있다. 지금은 눈 뜨자마자 체육관을 가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4개월 가까이 운동을 하다 보니 이제 제법 나만의 운동 습관이 생겼는데 그중에 하나가 운동을 하면서 책을 듣는 것이다.

책을 눈으로 읽는 것보다 귀로 들으면 더 빠르게 읽을 수 있다는 장점 외에도 운동처럼 매일 독서를 할 수 있어 독서량을 늘리는데 효과적이다. 추가로, 몸을 움직이면 뇌가 상쾌해져 책의 내용이 머릿속에 더 잘 들어오는 것 같다.

 

오늘은 창업에 관련된 책을 읽었다.

요즘 내 관심사는 어떻게 하면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남은 삶을 살 수 있을까...다.

 

창업 진행에 진도가 나가지 않아 답답해하고 있었는데 책을 들으면서 큰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내가 읽고 있는 책 제목은 신태순, 최규철 작가님의 '나는 자본 없이 먼저 팔고 창업한다.'이다.
제목이 되게 직관적이다.
'이게 가능하단 말이야?'라고 생각하며 책을 열었다가 머리를 띵하게 하는 깨달음을 얻었다.

 

나의 창업과정이 더디고 스스로 답답하다고 느낀 이유는 모두 두려움에서 비롯했다. 그동안 귀가 따갑게 듣지 않았는가. 그놈의 두려움이라는 것이 우리가 성공이라는 목표에 다가가지 못하게 만든다고... 

어떤 사람은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하루에 10번씩 거절을 당하는 연습을 했다고 한다.

일부러 사람들에게 거절당할 만한 일을 반복했다고 한다. 그런데 예상과 다르게 자신의 터무니없는 요구를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수용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그동안 줄곧 창업을 준비해왔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무엇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라 답답했다.

정부지원 교육도 들어보고 관련 책도 읽어보는데 여전히 머릿속은 복잡했다.

 

다른 사람의 창업 사례를 접할 때마다 그저 그들의 아이디어와 열정이 감탄스러웠고 부러웠다.

한편으로는 내가 저런 일을 해낼 수 있을까 걱정이 들기도 했다.

두려움이었다. 다른 사람에게 나의 부족한 모습을 들킬까봐. 망신당할까봐 나는 실패없는 창업에 집착했다.
책을 읽으니 분명하게 보인다.
내가 두려움을 마주할 용기를 내지 않는다면 내가 바라는 삶을 살 수 없다는 것을.

 

그래서 완벽해지려는 생각을 버렸다. 아니 잠시 접어뒀다. 완벽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좋지만 지금 이런 방식은 아니다.

이렇게 실수하지 않으려는 생각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면 나는 평생 이곳에서 한 발자국도 내딛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지금 나는 실패할까 봐 망신당할까 봐 몸을 사리고 있지 않은가.

 

이런 결심을 머릿 속에만 둔다면 30분 뒤 나는 또 두려움에 잠식되어 버릴 것만 같았다.

무언가 세상에, 외부에 내가 더 이상 망설이지 않기로 결심했음을 알려야 했다.

 

그래서 휴대폰을 열어 창업을 함께 준비하는 사람들이 모인 단톡 방에 글을 썼다.

 

'제가 오늘 책을 읽었는데 큰 깨달음을 얻었어요. 이제부터는 망설이지 않고 적극적으로 일을 진행해보려 해요.'

 

새벽 6시에 책을 읽고 감동받아 주저리 지껄이는 나를 이상하게 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전송 버튼 누르기를 망설였다. 불과 몇 분 전 결심한 것은 사라지고 나는 또 이렇게 소심한 모습이 되었다.

 

' 거절에 익숙해지기로 했잖아! 망가지는 것을 즐기기로 했잖아! 몇 분도 안돼서 또 망설이는 거야? 저 사람들은 너랑 같이 창업을 할 사람들이야. 이런 것조차 함께 나누지 못했다면 어떻게 함께 일을 하겠다는 거야!'

 

스스로에게 말하며 전송 버튼을 눌렀다.

일단 저지르고 돌이킬 수 없다는 생각이 드니 마음이 편해졌다.

 

시간이 지나고 나니 내가 보낸 메시지는 별로 특별한 내용도 아닌데 나는 왜 진작 동료들과 편하게 메시지는 주고받지 못했을까.

이렇게 소통이 안되니 일이 진행될 리가 없었다. 앞으로는 좀 더 적극적으로 행동하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그보다 조금 더 시간이 흐르자 동료들이 나의 메시지에 답을 주었다.

 

'그 책 나도 읽어봐야겠네요. 사실 나도 요새 ***를 하고 있는데 이제부터는 좀 더 시간을 투자해서 진행해야겠네요.'

'다들 바쁘게 지내시네요. 저도 요새 *** 하면서 준비하고 있어요.'

 

비즈니스 내용이 있어 전체 메시지를 공개하지는 못하지만 우리는 서로 하지 못했던 일들을 조금씩 서로에게 털어놓고 있었다. 그동안 기회가 없어 혹은 어색하다는 이유로 각자만 가지고 있던 생각을 조금씩 나누고 있었다. 

 

두려움이라는 무거운 자루에 드디어 작은 구멍이 생기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김미경 작가님이 '이 한마디가 나를 살렸다'라는 책에서 말하신 것처럼 두려움이란 자루를 어깨에 메고 묵묵히 걷다 보면 어느 순간 두려움이 구멍을 통해 줄줄 새어나가고 가벼운 자루만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