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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날이 추워지고 공기가 건조해지면 불청객이 꼭 찾아온다. 감기...
오늘은 엄마가 조퇴를 하고 일찍 퇴근을 하셨다.
몸이 좋지 않아 병원에 들렸다 오는 길이라고 했다.
마음이 안 좋아져 괜히 또 울적해졌다.
엄마가 편히 쉴 수 있도록 이부자리를 정리하고 가습기를 틀어놨다.
우리집 개 마우가 평소보다 일찍 엄마를 보게 되어 반가운지 엄마 주위를 어슬렁 어슬렁 거린다.
눈치없이 안아달라고 엄마의 다리를 타고 오르는 마우가 보기 싫어져 방 밖으로 쫒아냈다.
엄마가 침대에 눕자 나도 엄마 옆에 누웠다.
" 니 방 가서 자." 엄마가 말했다.
" 싫어. 엄마 옆에 있을거야."
이불을 당겨 나란히 누웠다. 내가 대신 아팠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문득 지난번 외할머니한테 들은 이야기가 떠올라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 할머니가 그러시는데, 엄마가 어릴 때 신발이 아까워서 안 신고 맨발로 다녔다고 하던데 ... 진짜야?"
엄마는 강원도 산골에서 6남매 중 둘째로 태어났다.
집안 형편이 좋지 못하다는 말로는 부족할 정도로 가난했다고 했다.
큰이모와 엄마는 찢어지게 가난한 산골에서 자라 초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서울로 보내져 일을 해야했다.
엄마는 서울에 있는 친척집에서 지내며 공장의 미싱일을 배웠다.
외할머니는 어린 나이에 생업을 시작해야했던 딸들에게 항상 미안해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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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아니고, 신발을 잃어버릴까봐 그랬지."
" 응? 신발을 왜?"
"당시에 다들 형편이 좋지 않아서 새 신발을 탐내는 애들이 많았어. 학교 수업을 끝내고 집에 가려는데 누가 내 신발을 신고 가버린 거야. 우리 집은 산 속에 있어서 학교에서 집까지 가는데 2시간이 걸렸어. 어쩔 수 없이 친구 신발을 빌려서 집에 갔어."
"신발을 가져가버렸어? 헐... 그럼 그 신발은 못 찾은거야?"
"아니, 다음 날에 바로 범인을 잡아 신발을 돌려 받았지."
"잡았어?"
"응. 누가 가져갔는지 알고 있었거든."
나는 우리 엄마가 신발을 못 찾았을까봐로 걱정했는데 바로 찾았다니 다행히라는 생각이 들었다.
"체육대회 였는데, 내가 달리기 계주로 뽑힌거야. 달리기를 할 때는 신발을 벗고 뛰는데 혹시 누가 또 신발을 가져갈까봐 걱정이 되더라. 그래서 아침에 아예 신발을 집에 벗어 두고 갔어. 나중에 체육대회에 구경하러 참석할 가족들에게 신발을 가져다 달라고 부탁을 하고. 그런데 할머니가 깜빡하고 신발을 안 가져오신 거야. 그래서 그냥 맨발로 집에 갔지."
"아.. 그래서 그런거구나. 난 또 엄마가 엄청 가난하게 자랐다고 하길래. 신발이 아까워서 안 신고 들고 다닌줄 알았어."
엄마랑 나란히 누워 오랜만에 이야기를 했다.
나는 예전부터 엄마랑 친했다.
성인이 되어서도 엄마랑 영화를 보거나 등산을 자주 다녔다.
엄마 친구들과 놀러 가는 날에도 나는 가끔씩 눈치없이 따라다니기도 했다.
다행히 엄마 친구들은 눈치없는 나를 싫어하지 않으셨다.
다 커서도 엄마와 시간을 자주 보내는 나를 신기하게 생각하면서도 부러워 하셨다.
내가 외국에서 힘든 일이 있을 때도...재무담당인 동료랑 마찰이 있거나 갑작스럽게 살던 집을 나와야해 새로운 집을 찾으러 다닐 때도 있었다....늘 엄마와 통화를 하며 힘든 시간을 견뎌냈다.
그렇게 단짝같은 모녀사이가 어느 순간부터 멀어지기 시작했다.
"내가 알아서 할게." 라 말로 대화를 끊어버리기 일쑤이고 엄마가 알면 오히려 피곤하고 성가시다는 생각에 엄마에게 말하지 않는 일이 하나 둘 늘어났다.
"엄마랑 나는 안 맞아." 가 머릿속에 박혀 대화를 피하게 되었다.
지난 달에도 나는 엄마랑 싸워서 일주일을 서로 못본척 피해다녔다.
마치 내가 못된 딸이 되는 마법에 걸렸던 것 같다.
스스로에 대한 실망감과 비난, 자책감,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두려움이 나를 못되게 만들었다.
그리고 가장 가까운 가족인 엄마에게 뽀족뾰족하게 굴었다.
지금도 나는 여전히 부정적인 생각에 괴로워한다.
그런데 전처럼 엄마에게 못되게 굴지 않는다.
내가 왜 이렇게 힘든지, 왜 이렇게 복잡한 감정이 생겼는지 하나씩 관찰하다보니 엄마에게 화를 내는 일이 줄어들었다.
오히려 내 옆에 있는 가족들이 고맙고 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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